장애인, 현지호스트 끼고 여행가자 [이코노미뉴스]

<M이코노미 박홍기 기자> 돈과 시간만 있다면 누구나 하고 싶은 게 ‘여행’이다. 그런데 아무리 돈과 시간이 많아도 여행가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은 아무리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간다 해도 무의미하다. 걷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여행코스를 제공한다면 이 또한 의미 없는 일이다. 이에 장애를 가진 이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여행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여행을 통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선 여행사가 있다. 바로 (주)어뮤즈트래블이다.

미얀마 봉사활동에서 장애문제 우연히 인식…
장애인여행, 고객니즈 강한데 솔루션 없어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장애인에 대한 경험을 하는 일은 흔치않다.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 역시 장애인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샐러리맨이었다. 오서연 대표가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계기는 2011년부터 참여한 미얀마 해외봉사활동이었다. 오 대표는 “태풍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거처가 쓰레기장 근처로 옮겨진 탓에 후천적 장애를 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에 대한 어려움을 우연히 인식했다”며 “자연스레 국내 어려운 장애인들도 돌아보게 됐고 장애인관련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며 관심을 넓혀갔다”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오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 등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비장애인이 자연스레 장애인에 관심을 가지면서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찰나에 당시 창업 맴버였던 친구가 장애인여행사를 제안했고, 이는 사업을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오 대표는 “장애인 차별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한참 고민에 빠져있을 당시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친구가 여행을 원하는 장애인들은 많은데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얘기하더라”며 “실제 시장조사를 해보니 장애인들은 문화시설 접근도 어렵고 이동권 확보 등의 이유로 여행관련 활동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이어 “장애인 여행에 대한 고객의 니즈는 강한데, 시장에 솔루션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이런 사업이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자연스레 하나 되게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며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의 문제를 여행으로 풀어가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와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현실…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여행인프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추정수는 2014년 기준 272만7,000명이다. 장애인 한명과 가족 등 활동보조원 1~2명이 함께 여행한다고 치면, 우리나라 10명 중 1명 이상은 장애인 여행을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관련 인프라를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전윤서 대표는 M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숙박시설이 부족할뿐더러, 직접 현장에 가서 찾아보지 않는 이상 찾기 힘들 정도로 집약된 정보가 없다”며 “에버랜드에서 시각장애인에게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놀이공원도 이용에 한계가 있고, 번지점프 등 체험위주 문화시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 장애인 여행사가 몇 곳 있긴 하지만, 모든 장애인이 충분히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 관련 법체계와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관련 예산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장애인 친화적인 정책들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어뮤즈트래블, 장애인맞춤형 여행상품제공
or 현지호스트와 연결해주는 온라인플랫폼


오 대표는 지난 2014년 회사를 그만두고 약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5년 말에 사업을 시작했다. 1년간 향이 좋거나 맛이 독특한 특산품이 나는 지역,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가 얽힌 곳 등을 찾아다니며 여행프로그램 20여개를 개발했다. 그렇게 태어난 어뮤즈트래블은 장애인에 특화된 맞춤형 여행상품을 제공하고, 현지 호스트(장애인상품기획자)와 연결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역할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장애인들과 롯데월드, 한국민속촌, 용산전자기념관 등 문화공간이나 놀이시설을 가보기도 했고, 산과 바다도 돌아다니며 장애인 입장에서 정확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약 1년의 베타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여행상품을 개발했고 이동권과 숙박등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어뮤즈트래블은 장애인이 여행을 요청하면 그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숙소·차량·식당 등을 배정해 이동권을 확보하는 장애인 맞춤형 여행상품을 제공한다.

일반여행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장애인들이 여행할 때 비장애인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오 대표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편백나무숲길을 걸으면서 향기를 느끼게 하고, 산에 오르지 못하는 지체장애인에게는 정상이 잘 보이는 평지에서 현지의 스토리 텔러가 그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식”이라며 “장애별 특성에 맞는 여행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표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여행지역 인프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국내외의 현지 호스트와 여행자를 연결하는 온라인플랫폼 역할을 한다. 호스트는 여행자에게 장애인 여행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광 코스를 안내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오 대표는 “여행과정이나 컨퍼런스 등을 통해 현지호스트를 계속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는 핀란드, 발리, 베트남, 에스토니아 등지에서 20명 정도 확보한 상태”라며 “특히 간호사 출신인 핀란드 호스트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숙박과 차량도 모두 직접 확보하는 등 전적으로 여행상품을 개발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만나고자 하는 호스트와 일치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어뮤즈트래블 홈페이지에 오픈돼 있는 상품은 서울, 제주, 부산, 오사카 등 10개 내외다. 계속 호스트를 유입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초기단계로, 조만간 핀란드·발리·베트남·에스토니아·중국 등 상품도 올라올 계획이다.

향기 맡고 촉감 즐기는 장애인여행,
가장 중요한건 장애인에 대한 이해


장애인여행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들에게 후각·청각 등 감각을 이용한 여행상품을 제공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호스트 등 상품기획자가 장애인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만 완벽한 여행을 선사할 수 있다. 실제 어뮤즈트래블 모든 직원은 장애인활동 보조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화도 가능하다.오 대표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소화능력이 약해 2시간 정도의 식사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분들이 통상 1시간 정도 제공되는 비장애인 여행을 가면 눈치 보이니까 억지로 빨리 먹고 토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은 식사 시 손잡고 떠 먹여 주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만 말해주면 된다”며 “장애인여행의 경우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보다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미세한 부분을 잡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여행상품 수익 10%는 장애인에 환원, 진짜 목적은 ‘함께하는 세상’

어뮤즈트래블은 비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비장애인 여행으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는 장애인을 돕는 데 쓴다. 이런 착한 여행의 취지를 듣고 동참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오 대표는 “비장애인도 여행이 가능하지만, 무작정 이런 여행상품 재밌으니 장애인과 함께 여행하자고 하면잘 안 한다”며 “그러다 비장애인 여행으로 나는 수익 10%를 환원한다고 얘기하면 착한 일 한다며 관심을 보이곤 한다”고 말했다.이어 “장애인과 함께 여행했던 비장애인 고객이 전화를 걸어와 ‘야! 오서연! 나 여기서 장애인 버스 타는 거 봤어!’라는 얘
기를 한 적이 있다.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세상”이라며 “이전에는 장애인 버스 타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여행을 통해 인지하게 된 것이다. 아직은 작지만 장애인과 융합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커스터마이징은 고객·여행사에 손해, ‘호스트’ 여행방식으로의 전환필요

사실 오 대표는 애초부터 호스트를 통한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장애인이 여행을 요청한 후 그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구성해주는 방식(커스터마이징)은, 1단계 이상의 유통구조가 생기므로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장애는 15종류가 있고 그 등급도 6개로 나눠져 있어 그때그때마다 상품을 구성하다보면, 수익률도 좋지 않고 고객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무한정 상품을 개발할 수도 없어 모든 유형의장애인여행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현지 인프라까지 구축하고 있는 호스트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판로를 개척하고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상품을 구성해 제공하는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오 대표는 “비장애인 여행과 달리, 장애인 여행의 경우 전례가 거의 없다시피 해 호스트를 발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1년은 우리가 직접 호스트가 돼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현지가이드 역할도 했다”며 “이 과정에서 현지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호스트를 만났고, 이제는 해외 장애인 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호스트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보충하면서 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고 말했다.오 대표는 이어 “많은 호스트를 확보해 모객 홍보 등의 플랫폼역할과 부족한 콘텐츠를 채워주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시장도 커지고 불합리한 비용구조를 극복해 모든 유형의 장애인 여행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며 “전 세계 최초로 현지호스트를 통한 플랫폼이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여행업계의 ‘에어비앤비’가 되겠다

비장애인은 마우스클릭 몇 번이면 쉽게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다. 가고자 하는 여행지가 생기면 머물고 싶은 숙소, 최저가 항공을 찾아 직접 여행상품을 구성한다. 그런데 장애인 여행은 상황이 다르다.오 대표에 따르면 국내 5곳을 포함, 해외에도 장애인여행사는 많지만 플랫폼 역할을 하는 연결점이 없다. 따라서 장애인은 특정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는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주변에 장애유형에 맞는 숙소나 식당은 있는지, 교통편이나
가이드는 있는지 찾아보고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어뮤즈트래블은 호스트 확보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장애인 네트워크를 모두 끌어와서 세계 최대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사업형태를 장애인 여행에 완전히 구현하겠다는 게 최종목표다.오 대표는 “비장애인은 가고자 하는 곳을 클릭 클릭하면 쉽게 상품을 구성해 여행을 갈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여행 인프라가 응집되지 않고 모두 흩어져 있어 상품을 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면 필요한 것만 선택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최적화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장애인 관련 모든 인프라를 한곳에 모아 장애인도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구성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공유경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7

박홍기 기자 ysuk0329@naver.com 등록 2017.08.21 1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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