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현대차의 ‘조용한 상생’ [동아일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현대차의 ‘조용한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제로원’ 3월 문 열어

《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센터의 문을 열었다.
한국 및 해외 4대 거점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운영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에 이어 본거지인 한국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스타트업과 협업을 늘리겠다는 전략 역시 본격화하게 됐다. 》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를 찾아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당시 정 부회장은 “우리는 이제 정보통신기술(ICT)기업보다 더 ICT기업다운 회사가 돼야 한다”며
“일하는 방식을 비롯해 모든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과거 폐쇄적인 사업 운영 방식을 탈피해 외부 기업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에 문을 연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제로원’도 현대차그룹의 변화된 일하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5일 자동차 및 벤처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제로원’이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문을 열었다.
현재 스타트업 8곳과 창업자 19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엑셀러레이터 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6개월간 작업 공간도 무료로 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과
외부 투자가를 연결하는 등 성장을 도우면서 공동 기술 개발 같은 협업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 서울에 문 연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제로원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의 면면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미래 신사업 방향이 엿보인다.
휴대용 전기자동차 충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지오라인’은
친환경차 판매를 늘리려는 현대차그룹 목표와 맞닿아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커넥티드카 기술 그리고 차량 공유 경제를 통해 자동차를 다양한 생활 영역에 활용하는
이른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비전도 제로원 입주 스타트업에 녹아 있다.
제로원에 입주한 ‘아우어리’는 지역 공유 경제 플랫폼 운영을 목표로 한 스타트업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어뮤즈트래블’은
현대차그룹이 축적 중인 주행 데이터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래 신사업 중 하나가 로봇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제로원에 입주한 ‘클로봇’은 로봇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 사업 개발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지난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SK그룹을 방문했을 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선물한 가방을 만든 업체로 화제를 모은 ‘모어댄’도 제로원 지원을 받고 있다.
모어댄은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폐기할 때 나오는 가죽과 안전벨트 등을 재활용해 가방과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스타트업 외에 제로원에 입주한 창업자 중에는 현대차그룹 사업과 별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디어아트, 공간예술 등 현대 미술 영역에 속한 이들이 상당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로원은 사업적으로 당장 협업할 수 있는 창업자를 찾기보다는
일단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도움을 주겠다는 목적이 크다”고 밝혔다.

 

○ 국내외 넘나들며 외부 협업 확대

현대차그룹은 최근 ‘외부와의 협업에 소극적이고 모든 걸 혼자 다하려고 한다’는
기존 인식을 깨뜨리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협업 대상을 찾고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건립을 주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정 부회장은 미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현대차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 같은 회사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일하는 방식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확대와 외부 협업 강화는 일하는 방식과 결과 모두 바꾸겠다는 그의 전략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크레이들(Cradle·요람)’을 세웠다.
또 제로원에 이어 올해 안에 이스라엘 중국 독일에 오픈 이노베이션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구축이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것이라면 현대차그룹은
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와 협업도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1월 구글 우버 테슬라 출신 자율주행 기술 연구자들이 만든 미 스타트업 오로라와 협력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그랩에 2500만 달러(약 266억 원) 투자도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중요한 글로벌 협업 결정은 모두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외부 협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곳은 전략기술본부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해 초 영입된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은 1월 기자와 만나
“6개월 안에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와의 협력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협업을 늘려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부터 진행해 온 사내 벤처기업 육성도 확대하고 있다.
2016년까지는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임직원에 한정해 아이디어를 공모했지만
지금은 전체 그룹사로 지원 대상을 늘렸다.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취지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405/89485296/1#csidxd33723aabfd8723befd64945fa88b0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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